어머니가 "글씨가 겹쳐 보인다"라고 처음 말씀하셨을 때, 저는 솔직히 그냥 노안이겠거니 했습니다. 당뇨가 오래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눈까지 영향을 준다는 건 그때까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막상 안과 검사를 받고 나서야 당뇨가 눈을 얼마나 조용하게, 그리고 빠르게 망가뜨리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뒤늦게 후회했던 그 경험을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 봤습니다.
▶당뇨망막병증, 증상이 없다고 괜찮은 게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는 혈당 관리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오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전신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데, 그중에서도 눈의 망막은 특히 취약합니다. 어머니의 경우도 혈당 수치를 어느 정도 관리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망막 혈관에 변화가 시작된 상태였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이란 만성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출혈, 삼출물, 신생혈관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눈 안쪽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본인도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도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넘기다가 검은 점이 시야에 떠다니는 비문증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으셨습니다. 비문증이란 눈앞에 먼지나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으로, 망막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당뇨 유병 기간이 20년을 넘으면 약 60% 이상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이 수치를 보고 나서야 저는 왜 의사 선생님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단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 초기 단계로 미세혈관류, 출혈, 삼출물이 생기지만 시력 저하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신생혈관이 생기면서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단계입니다.
- 당뇨황반부종: 황반, 즉 시력의 중심을 담당하는 부위에 부종이 생겨 중심 시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어머니는 다행히 비증식성 단계에서 발견됐지만, 조금만 더 늦었다면 상황이 훨씬 나빠질 수 있었습니다.
▶백내장과 라스트아이, 수술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더 극단적으로 일어난 면 어떻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쪽 눈이 이미 실명한 상태에서 나머지 눈마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경우입니다. 의학적으로 이 마지막 하나 남은 눈을 라스트아이(Last Eye)라고 부릅니다. 라스트아이란 환자가 실질적인 시기능을 의존하는 유일한 눈을 의미하며, 이 눈을 잃으면 곧바로 실명 상태가 됩니다. 어머니는 그런 경우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백내장이란 눈 안쪽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당뇨 환자에게는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뇨가 심한 환자, 특히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14%처럼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수술 자체가 매우 어려운 선택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7% 미만이 정상 조절 범위입니다. 14%라는 수치는 혈당이 장기간 전혀 조절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면 상처 회복이 더디고 2차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거기에 수정체를 지탱하는 섬모체소대(소대)까지 손상돼 있다면 수술 난도는 훨씬 올라갑니다. 섬모체소대란 수정체를 눈 안에 고정시켜 주는 섬유 조직으로, 이 부위가 약해지면 수술 중 수정체가 흔들려 합병증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수술을 결정하고 시력을 0.8까지 회복시킨 사례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신 상태가 나쁘면 수술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준비 상태와 수술 경험, 그리고 타이밍에 대한 판단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시력 손실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조기 검진이 전부였습니다
어머니 치료를 마치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떠올렸던 말은 "진작에 올 걸 그랬다"는 그 한마디였습니다. 치료 후 시력이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은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당뇨 눈 합병증의 가장 잔인한 부분입니다. 증상이 없을 때 발견하면 충분히 지킬 수 있지만, 느껴질 때 찾으면 이미 일부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를 오래 앓고 있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눈 증상을 절대 가볍게 보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특히 아래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바로 안과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이 떠다니는 느낌(비문증)
- 시야 일부가 흐려지거나 가려지는 느낌
- 밝은 빛을 볼 때 번지거나 퍼져 보이는 느낌
- 야간 시력이 갑자기 나빠진 느낌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1년에 한 번 이상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안저검사란 눈 안쪽 망막과 혈관 상태를 직접 촬영하고 확인하는 검사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당뇨는 혈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눈, 신장, 신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입니다.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아직 증상이 없을 때 먼저 검진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눈 건강과 관련하여 증상이 있거나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