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당뇨 진단을 받던 날,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안이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말이 많던 사람이었는데,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여정을 직접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당뇨 관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공복혈당
처음에는 공복혈당이 그렇게 중요한 수치인지 몰랐습니다. 식후혈당만 신경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관리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식후혈당은 그날 뭘 얼마나 먹었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복혈당은 전날의 수면, 식사 시간, 운동량이 모두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었습니다.
남편은 아침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혈당 측정기를 들었습니다. 수치가 좋으면 그날 하루가 가벼워 보였고, 높게 나오면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저도 함께 그 숫자에 긴장하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공복혈당을 잡는 데 결정적이었던 습관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 저녁 식사 후 3~4시간 동안 음식을 끊는 야간 금식 습관
- 하루 7시간 내외의 규칙적인 수면 (수면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길어도 혈당에 영향을 줍니다)
- 식후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루틴 만들기
처음에는 "밥 먹고 나서 3시간을 굶으라고?" 하며 투덜댔지만, 실제로 이 습관을 지키자 공복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면이 혈당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면 부족이 코르티솔 분비를 늘리고, 이 코르티솔이 혈당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여기서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부신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몸이 스트레스 상태로 인식하여 이 호르몬이 과하게 분비될 수 있습니다.
▶당화혈색소가 보여주는 진짜 혈당 성적표
혈당 관리를 시작하고 나서 "그냥 아침 혈당만 낮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마다 병원에서 확인하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화혈색소(HbA1c)란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얼마나 결합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한 '혈당 성적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루이틀 식단을 잘 지킨다고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일상의 전반적인 생활 습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의학적으로 당뇨 관해(Remission), 즉 당뇨 졸업의 기준은 당뇨약을 모두 끊은 상태에서 당화혈색소 6.5% 미만이 6개월 이상 유지될 때입니다. 여기서 당뇨 졸업이란 당뇨병이 완치된 것이 아니라 약 없이도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Look AHEAD 연구에 따르면 당뇨 졸업을 한 번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심장 질환 발생 위험이 40%,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33%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2년간 당뇨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남편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처음 6% 대로 내려오던 날, 저는 속으로 울었습니다. 숫자 하나인데, 그 뒤에 쌓인 시간과 노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침 식사와 혈당 스파이크, 무엇을 먹어야 할까?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면서 "아침을 굶어야 혈당이 잡힌다"는 이야기를 믿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남편에게 아침을 거르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도 혈당은 올랐습니다. 공복 상태가 이어지면 몸이 코르티솔을 계속 분비하고, 그 영향으로 혈당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점심 전에 허기를 참지 못하고 질 나쁜 간식을 먹게 되니 혈당 변동폭이 더 커졌습니다.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란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현상을 말합니다. 혈당이 빠르게 올랐다가 급락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췌장에도 과부하가 걸립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저희 집에서 실천한 방법은 거꾸로 식사법이었습니다. 채소를 먼저, 그다음 단백질, 마지막에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방식인데, 처음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소화 기능이 약해 아침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는 마를 권합니다. 마에는 뮤신(Mu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뮤신이란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당단백질로, 위벽을 코팅하듯 감싸 자극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유나 두유에 갈아서 마시면 위에 부담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도 천천히 오릅니다. 남편도 위장이 약한 편인데, 이걸로 아침을 해결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쌀 50%에 잡곡 50% 비율로 섞으면 가족 모두가 먹을 수 있고, 혈당 부담도 줄어듭니다. 조리법도 중요한데, 덜 달게, 덜 짜게, 덜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 혈당 관리의 기본입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맨발 걷기 한번 해 보세요.

운동 얘기가 나오면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이라는 공식처럼 굳어진 말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기준에 맞추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매일 30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분을 한 번에 운동하는 것보다 10분씩 세 번으로 나눠서 움직이는 것이 혈당 조절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실제로 훨씬 지속하기 쉬웠습니다. 밥 먹고 10분 걷기, 오전에 계단 오르기 한 번, 저녁에 짧게 산책 한 번. 이런 식으로 나누니 부담이 없었습니다.
특히 맨발 걷기는 반신반의했던 방법인데, 꾸준히 해보니 소화 기능이 좋아지고 수면의 질도 올라간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맨발 걷기의 핵심 효과는 크게 지압과 접지(Earthing) 두 가지입니다. 접지란 맨발이 지면과 직접 접촉할 때 지구의 음전하가 신체에 전달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신체 균형을 돕는다는 개념입니다. 황토밭이나 공원이 어렵다면 계란판(홈이 파인 면 반대쪽)에서 10분씩 걷는 것만으로도 지압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은 비 오는 날엔 이 방법으로 대신했습니다.
비가 와도, 피곤해도 결국 운동화를 신고 나가던 남편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오늘은 좀 피곤한데"라고 말하면서도 10분짜리 산책을 거른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국 "이제는 거의 정상 수준입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습니다. 명절마다 흔들리고, 모임에서 한 번쯤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혈당을 재고, 다시 걷고, 다시 밥상을 차린 것이 결국 당뇨 졸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건강은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는 것을 저는 이 5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지금 혈당 관리를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오늘 딱 한 가지만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관리와 당뇨 치료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