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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발효식품의 비밀: 전통 누룩부터 토종 미생물의 경제적 가치까지

by jwosjn 2026. 6. 18.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 막걸리, 요구르트, 빵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살아 있으며, 이들이 발효 과정을 만들어 냅니다. 발효균과 천연 효모는 음식의 맛과 향을 높이는 역할뿐 아니라 최근에는 식품·의약·바이오 산업의 중요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전통 발효식품에서 발견되는 토종 미생물은 높은 산업적 가치를 지닌 자산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해외 종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고유의 발효균을 확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발효식품 속 미생물의 역할과 함께, 왜 '종균 주권'이 미래 식품 산업의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는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1. 전통 누룩에 담긴 500년의 지혜와 '입국(入麴)'의 현실

500년을 이어온 전통 누룩의 과학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의 핵심은 '누룩'에 있습니다. 부산 금정산 자락에서 4대째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양조장에서는 통밀과 물만으로 반죽을 만들어 누룩방에서 한 달간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황국균, 백국균 등 다양한 토종 곰팡이가 피어나며 깊은 풍미를 완성합니다. 5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누룩의 크기와 두께는 조상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미생물이 가장 고르게 번식하는 최적의 형태'입니다.

국내 막걸리 시장의 99%가 일본식 '입국'을 쓰는 이유

그러나 전통 누룩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의 대부분은 전통 누룩 대신 '입국(入麴)'을 사용합니다.

  • 입국이란? 단일 균주를 곡물에 인위적으로 접종해 만든 일본식 발효제입니다. 균일한 맛과 높은 생산 효율성을 보장합니다.
  • 현실적인 문제: 입국의 뿌리가 일본에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내 막걸리 시장의 상당수가 '물만 국산'인 상황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 전통주를 마시면서도 정작 우리 고유의 종균을 쓰지 못하는 미생물 종속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천연 효모 시장의 규모와 토종 효모(SPC SNU 70-1)의 발견

숫자로 보는 글로벌 효모 시장

효모(Yeast)는 당분을 섭취해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배출하며 빵 반죽을 부풀리는 단세포 균류입니다. 현재 전 세계 제빵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상업용 단일 균주인 '사카로미세스 세르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입니다. 프랑스의 한 글로벌 기업은 이 균주 하나로만 연간 1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제빵용 효모 수입으로 인해 약 972만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할 만큼 해외 종균 의존도가 높습니다.

  • 사카로미세스 세르비지에: 전 세계 제빵 시장 점유율 1위의 상업용 단일 균주
  • 한국 제빵 효모 무역 적자: 약 972만 달러 (글로벌 종균 의존도 심화)

11년의 집념으로 찾아낸 토종 천연 효모 'SPC SNU 70-1'

이러한 종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연구진은 11년간 전국의 청정 지역을 돌며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전통 누룩에서 제빵에 최적화된 토종 천연 효모 'SPC SNU 70-1'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분 상업용 일반 효모 토종 천연 효모 (SPC SNU 70-1)
발효 속도 빠름 천천히 진행됨
발효 지속력 짧음 오래 지속됨
풍미 특성 일반적인 이스트 향 담백하고 쫀쫀한 식감, 은은한 나물 향

이 토종 효모는 프랑스 파리 현지 시식회에서도 풍미와 식감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저 또한 직접 먹어보니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돋보여 만족스러웠습니다.


3. 덴마크의 유산균 산업과 '나고야 의정서'라는 글로벌 위기

미생물 자원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

유산균 분야 세계 1위 기업을 보유한 덴마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874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무려 22,000여 종이 넘는 미생물 균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산균을 자체 생산해 글로벌 식품·의료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메이저 회사는 단 5곳에 불과하며, 그중 덴마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입니다. 국내 많은 기업들 역시 이 덴마크산 종균을 수입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란?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돕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현대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소재입니다.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와 종균 주권 위기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한국의 미생물 자원 보유량은 세계 5위 수준으로 매우 우수합니다. 하지만 이를 산업화하는 기반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누룩을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업체는 2곳, 효모 생산 업체는 1곳에 불과합니다.

이 상황에서 나고야 의정서(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할 때 원산지 국가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국제 조약)는 우리에게 커다란 경제적 위기로 다가옵니다.

  1. 막대한 로열티 지출: 해외 균주를 지속해서 수입해 사용할 경우, 향후 10년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해외에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2. 미생물 자원 선점 위기: 만약 외국 기업이 한국의 김치나 된장에서 유산균을 먼저 분리해 국제 특허를 등록해 버리면, 우리 고유의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경제적 대응이 어려워집니다.

결론: 발효식품은 건강 트렌드가 아닌 '경제적 주권'이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레스토랑 '노마(Noma)'가 자체 음식 연구소를 설립하고 발효 연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국의 미생물과 식재료에서 나오는 차별성이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 미생물과 전통 발효 기술은 단순한 '웰빙 트렌드'를 넘어, 대한민국의 '바이오 주권'과 '경제적 주권'을 지키는 강력한 자산입니다. 앞으로 마트에서 요구르트나 막걸리를 고를 때, 그 속에 담긴 미생물의 가치와 토종 종균 연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 및 참고: 국립생물자원관, 농촌진흥청 연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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